청백봉사상 수상 /사진:픽사베이
청백봉사상 수상 /사진:픽사베이

 

청백봉사상을 받으면 가문의 영광이라고 한다. 그만큼 받기가 쉽 지 않은 상이다. 우리 시에도 훈장을 받은 직원이 몇 명 있고 대통 령상을 받은 직원은 많이 있다. 그렇지만 시흥시에서 청백봉사상을 받은 공무원은 내가 처음이다. 공무원이면 누구나 받아보고 싶은 상 중에 하나다.

2007년 8월경 청백봉사상을 추천하라는 공문을 보고는 한 번 도 전해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내가 공무원으로 근무하면서 추진해온 일을 정리하여 공적조서를 작성하여 주무계 서무담당자 에게 메일로 보냈다. 그리고는 인사계에 추천을 부탁했다.

인사부서에서 경기도로 추천했고, 경기도에서도 행정자치부로 추천을 했다. 행정자치부에서는 홈페이지에 추천자 공적내용을 공 개하여 검증을 한다고 했고, 홈페이지에 공개하기로 한 날이 지났 는데도 공개를 하지 않아 매일 홈페이지를 들어가 보기도 했다. 예 정보다 일주일 정도 늦게 홈페이지에 후보자 30명의 공적내용이 공개되었는데 내 이름이 올라 있었다. 10일 동안 공개를 한 후에 행정자치부 직원과 중앙일보 기자가 현지 확인을 한다고 했다.

공고 기간이 끝난 후에 행정자치부 사무관과 중앙일보 기자가 현 지 확인을 나왔다. 제일 먼저 본인 면접이 있다고 하여 면접을 하 는데 공적조서와 내가 추가로 제출한 자료를 보며 이것저것 물었 다. 면접을 마치고는 중앙일보 기자가 우리 집에 한번 가보자고 했 다. 그래서 기자와 함께 집으로 왔다. 기자는 집에 와서 한번 둘러 보더니 차 한 잔도 마시지 않고 가자고 했다. 커피를 한 잔 하자고 했으나 마시지 않겠다며 나가자고 하여 함께 나와서는 장애인 복지 관으로 이동했다.

장애인복지관에 갔더니 사무국장이 나를 맞았는데 반갑게 맞았 고 기자가 좋은 상을 받을 후보자로 추천되어 방문을 했다고 하며 이것저것 물어 보니까 나에 대하여 아주 좋게 이야기를 해 주었다. 그리고 사무국장이 나를 데리고 관장님 방으로 데려 갔다.

장애인복지관장님이 다른 봉사와 달리 봉사자들이 장애인봉사를 기피하여 장애인복지관에서는 봉사자를 구하기가 어려운데 김운영 계장은 ‘거북이 나눔회’ 회장을 맡으면서 3년간 꾸준히 왔다. 꾸준 히 온다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며 특히 다른 봉사자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채근하는 일은 보통 일이 아니라는 등 좋은 이야기를 많이 해주었다. 관장과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에 기자에게 전화가 계속 왔다. 시간이 없다며 다 끝났느냐고 하는 전화였다.

장애인복지관 면접을 마치고 능곡동에 있는 서운정으로 오라고 해서 그리로 갔더니 행정자치부에서 온 사무관과 도청에서 온 담 당 직원, 총무과장, 인사계 직원 등이 함께 와서 있었다. 식사를 하 면서 총무과장이 김운영 계장이 청백봉사상을 받을 적임자라고 했 다. 실제 공적이 많은데도 공적조서에 포함하지 못한 부분이 더 많 은 사람이고 아마 다른 사람의 입장을 고려해야하기 때문에 공적내 용에 표현하지 못한 부분이 많은 직원이라고 극구 칭찬을 했다.

내가 면접을 마치고 난 후에 과장 한 명, 나와 함께 근무했던 직 원 한 명, 노조위원장도 면접을 했다. 그뿐만 아니라 후에 감사부 서에 내가 공무원 하는 동안에 훈계를 받은 내용까지 모든 자료를 요청했던 모양이다.

최근 노조에서 탈퇴를 했는데 노조위원장이 좋게 이야기를 했을 까 하는 걱정이 들기도 했다. 하지만 노조위원장에게서 메일이 왔 다. 좋은 상의 후보자가 된 것을 축하한다며 잘 되기를 바란다고 했다. 그리고 좋게 이야기를 했다고 했다. 내심 걱정을 했었는데 고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는 최종 수상자를 발표하기로 한 날이 되어도 공개가 되지 않고 있어 궁금해서 하루에도 몇 번씩 홈페이지에 들어가 확인을 했다. 공개가 되지 않아 행정자치부 담당자에게 직접 전화를 해봤 더니 담당자가 계장님의 공적내용은 후보자 중에 월등한데 불문경 고를 받은 것이 있어서 수상대상에서 제외되었다며 미안하다고 했 다. 기대했었는데 실망이 컸다.

불문경고를 받은 것 때문에 제외되었다는 소리를 들으니 잊었던 일이 되살아났다. 게임장 행정처분 결재를 직원을 믿고 해줬는데 그 직원이 뒤통수를 칠 줄은 몰랐다. 그 직원이 원망스러웠다.

일을 하면서 전임자는 후임자를 잘 만나야 되고, 후임자는 전임 자를 잘 만나야 좋다는 이야기를 수 없이 들어왔다. 그리고 공직사 회에서는 부하직원은 상사를 잘 만나야 하고 상사는 부하직원을 잘 만나야한다는 이야기를 많이 한다. 상사가 아무리 챙기려고 해도 부하 직원이 챙기지 않으면 문제가 생길 수 있고, 상사를 잘 못 만 나 부당한 지시를 할 때 거절하지 못하고 어쩔 수 없이 지시에 따르 다가 문제가 되어 어려움을 당하는 모습을 본 경우는 있었지만 내 가 직접 겪어보니 그 사람들의 입장을 이해할 수 있었다.

어쨌거나 이미 결론은 내려진 것이고 결과를 수용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청백봉사상을 노리고 봉사활동을 한 것이 아니니까 앞으 로 더 열심히 봉사활동을 해보자는 다짐을 했다. 지금은 ‘거북이 나 눔회’ 회장직을 내놓았지만 ‘거북이 나눔회’에서 진행하는 봉사활동 에는 가능한 한 참여했다.

5년이 지난 어느 날 2012년 결재를 하다가 청백봉사상 시상계획 을 선결하면서 다시 한 번 도전해 보고 싶은 생각이 들어 다시 한 번 청백봉사상에 도전했다. 행정과장이 내게 귀띔해주는 얘기가 현 지 확인을 나온 사람들이 내가 대상 후보 중에 한 명이라고 했다고 했다. 이번에는 대상을 받지는 못해도 본상은 받을 수 있겠구나 생 각했다.

현지 확인이 끝나고 수원에 있는 경기도 공무원교육원에서 교육 을 받고 있는데 행정과 직원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행정자치부에서 청백봉사상 관련하여 자료를 요구한다며 살고 집이 아파트냐, 단독 주택이냐, 자가냐, 임대주택이냐, 차량의 종류는 무엇이고 배기량 이 얼마냐, 다른 재산은 없냐, 공시지가는 어떻게 되느냐 등을 물 었는데 자료를 보지 않은 상태에서 생각이 나지 않아 바로 대답을 하지 못하고 어떤 자료는 여기저기 물어서 사실대로 대답을 했다.

수상자를 최종 결정하기로 했던 날이 지나자 궁금해서 행정안전 부에 있는 직원에게 전화를 했더니 1주일 뒤에 확정된다고 하여 1 주일 후에 전화를 했더니 안 되었다고 했다. 그랜저를 타고 다니는 것이 문제가 된 모양이다.

그랜저 때문에 청백봉사상을 받지 못했지만 작은 딸을 통학시켜 주다가 시흥등기소 사거리에서 직진 신호를 받고 진행하는데 비보 호 좌회전 차량과 충돌하는 대형 교통사고가 났을 때의 일이 생각 났다. 당시 에어백이 터져서 많이 다치지 않았으니 다행이 아닌가. 전에 타고 다니던 에어백이 없는 카렌스를 타고 가다가 사고가 났 더라면 크게 다쳤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모르면 몰라도 다리 부분을 크게 다쳤을 것이다. 좋은 상을 받지 못해 많이 서운하기는 했지만 크게 다치지 않은 것이 더 중요한 것이라는 생각을 하니 마 음이 홀가분해졌다. 상을 받으려고 봉사활동을 한 것도 아닌데 봉 사활동을 한 것을 공치사 삼아 상을 받으려고 도전했었나 하는 생 각이 들어 창피한 생각이 들었다.

이제 봉사활동도 현재처럼 단순한 봉사활동 보다는 악기를 배워 서 봉사활동을 하면서 악기를 연주해 준다면 더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 색소폰을 구입하여 배우고 있는데 매일 아침저녁으로 연습을 하다 보니 지금은 쉬운 노래 몇 곡은 악보를 보고 연주를 할 수 있게 되었다.

대학원에 진학해서 심리상담을 전공했고, 비싼 돈을 주고 코칭을 배우거나 에니어그램 공부를 하기도 했다. 상담공부는 남에게 도움 을 주겠다는 생각에서 공부를 시작했는데 오히려 나 자신에게 도움 이 되었던 것 같다. 우선 우리 아이들과의 관계에서 어려움을 많이 느꼈었는데 대화하며 문제를 해결할 수 있게 되어 좋았다. 언젠가 에니어그램도 소래고등학교 학생들을 단체로 검사를 하고 해석해 주는 시간을 가졌었는데 이듬해에 다시 검사를 해달라는 요청이 들 어왔다. 앞으로 세상을 살아가면서 누구엔가 도움이 되는 삶을 살고 싶다.

두 번씩이나 청백봉사상을 받으려고 도전했던 것은 내가 겸손하 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 더 이상 미련을 갖지 않겠다고 생각했다. 그래도 매년 청백봉사상, 공직대상, 행정의 달 인 등 큰상을 추천하라는 공문을 보면 도전해 보고 싶은 생각이 들 었다. 더 이상 욕심을 부리지 않기로 다짐했음에도 나도 모르게 공 적조서를 작성하다가 부질없는 짓이라는 생각이 들어 도전하지 않 기로 마음을 정리하곤 했다. 이제는 더 이상 미련을 갖지 않기로 했다. 그 상보다 더 중요한 것은 나의 삶이 얼마나 의미 있고 값진 삶을 살아가느냐 하는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2015년에는 청백봉사상 시상계획을 보지 못했었는데 박명기 감 사계장이 사무장에게 전화하여 나를 청백봉사상 후보로 추천하라 고 했다며 전에 써놨던 공적조서를 달라고 했다. 이제 더 이상 도 전하지 않기로 마음을 정리했다며 도전하지 않겠다고 했지만 자꾸 달라고 하여 청소행정과장으로 재직하며 쓰레기와의 사랑과 전쟁 평가에서 최우수, 수도권 매립지에서 폐기물 성상개선 최우수, 음식물쓰레기 감량화 사례 등의 공적은 추가하지 않은 채로 그냥 넘 겨줬다. 넘겨주면서도 그랜저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올려봐야 소용 이 없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전혀 기대하지 않는다고 했다.

청백봉사상 공적내용에 대해 검증을 하겠다며 행정안전부 사무 관 1명, JTBC 기자 1명, 서울시 여성사무관 1명이 나왔다. 공적에 대한 증빙서류를 보여 달라고 하였다. 전에는 행정과 직원이 증빙 서류를 준비하라고 하여 준비했었는데 이번에는 그런 얘기도 없었 고, 기대도 하지 않았던 터라 별도 자료를 준비하지 않은 상태라 보관하고 있던 자료를 꺼내어 보여줬다. 서울시에서 나온 여성사무 관이 프랭크린 플래너를 보여 줄 수 있느냐고 하여 보여주었고, 자 료마을로 프로그램을 만들어 세외수입도 많이 징수했고 업무의 능 률을 가져왔다고 했는데 뭐냐고 물어 갖고 있는 두꺼운 자료마을 책자를 보여주며 설명을 했다. 이지팩스로 취업 알선을 했다고 했 는데 이지팩스가 무엇이냐고 물어 이지팩스에 대해 설명을 해줬다. 그리고 전에 불문경고를 받은 적이 있던데 그것에 대하여 설명을 해달라고 하여 자세하게 설명을 해주었다.

집에도 가보겠다고 하여 내 차에 타게 하고 우리 집으로 왔다. 지 난번에 그랜저를 가지고 있다고 문제가 되었던지라 태우면서 애당 초 기대를 하지 않았으니까 사실대로 보여주고 안 되더라도 조금도 서운해 하지 말자며 마음을 다잡았다. 집에 도착하여 비밀번호를 누르고 들어왔더니 집사람은 월곶보건지소에서 봉사활동을 마치고 옷을 갈아입고 있는 중이라고 했다. 집을 둘러보고는 저 그림은 어디서 났느냐고 하여 내가 그린 그림이라고 했다. 집사람에게 이것 저것을 물었다. 집에는 에어컨도 없었고, 냉장고, 김치냉장고, 전 자렌지 등 전자제품은 오래되어 누렇게 색이 바랜 상태였다. 집을 나서며 출입문에 아이들 관련 그림이 붙어있는 것을 보고는 서울시 에서 온 여성사무관이 “애들도 없는데 애기들 그림이 있네요”했다. 집사람이 얼마 전까지 애기를 봤다고 하니까 “사모님의 내조가 있 었군요. 그런 얘기를 왜 하지 않으셨어요. 집에 오기를 참 잘했네 요. 아주 화목한 가정인 것 같네요”했다.

현지 확인을 마치고 돌아간 후 행정과 직원에게서 행정자치부 사 무관이 불문경고를 받았던 사유를 적어서 자신의 메일로 보내 달라 고 한다고 했다. 이번에는 상을 주려고 하나 왜 사유를 적어 달라 고 할까하며 사유를 작성하여 메일로 발송했다.

9월 30일 퇴근하려고 하는데 동주민센터 총무가 “동장님. 행정 자치부에서 청백봉사상 수상자로 결정되었다는 공문이 왔어요”하 는 것이었다. 전혀 기대를 하지 않았는데 믿기지 않아서 총무 컴퓨 터로 들어가 봤더니 정말이었다. 전혀 기대하지 않았었는데 기분이 좋았다. 박명기 계장, 김기세 사무장 덕분에 좋은 상을 받게 되었 다는 생각이 들었다. 꼭 한 번 받아보고 싶은 상이기는 했지만 전 혀 기대를 하지 않았었는데 수상자로 결정되었다는 소리를 들으니 기분이 좋았다.

2015년 11월 11일 시상식 날에는 평소 가까이 지내던 고등학교 때 부터 만났던 들국화 모임 친구, 군대 동기 등 몇 명의 친구들에게 전화하여 축하해 달라고 했더니 기꺼이 축하해 주겠다고 했다. 세출 이는 가계 문을 열지도 않고 시상식에 참여했는데 가계문을 열어야 해서 시상식이 끝나고 함께 식사도 하지 못하고 돌아가야 했다. 군 대동기 최진섭이도 내외가 참석했는데 바쁘다며 그냥 돌아갔다.

청백봉사상을 수상한 후 수상자 부부에게 주어지는 해외연수 과 정 중에 수상자 모임을 만들자고 하여 수상자 모임을 만들었다. 수 상자들이 돌아가며 만나기로 했고 첫 모임은 대상을 수상한 남원에 서 가졌다. 전에 남원을 지나간 적은 몇 번 있었지만 남원에서 머물렀던 적은 없었 다. 광한루를 둘 러보았고 춘향이 와 이도령을 주제 로 만든 공원도 둘러보았다. 수상 자 전원이 참여하 지는 못했지만 모 두가 좋은 분들인 것 같았고 좋은 사람들과 인연을 맺을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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