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범은 구속이 아니라 서로가 함께 행복해지기 위한 것

우리 부모님께서는 유난히 규칙이 많으셨다.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는 것을 가장 나쁜 행동으로 생각하셨기에 나는 어린 시절 너무나 많은 규칙과 원칙에 따라야 하는 시간들을 보냈고, 그런 것들이 불합리한 요구라는 생각도 하지 못했던 것 같다.

 

네이버 사전에서 ‘규범’을 검색하면 ‘인간이 사회생활을 하는데 있어, 구속(拘束)되고 준거(準據)하도록 강요되는 일정한 행동양식’, ‘인간의 사회생활에 있어서 판단, 행위, 평가 등의 기준이 되는 행동양식이다. 즉 ‘…이다’라는 존재(is)의 법칙이 아니라 ‘…이어야 한다’는 당위(ought to)의 법칙으로, 구체적으로는 사회에서 지지를 얻은 일정의 가치관에 따라 행위를 규율하는 규칙이라고 정의되어 있다.

 

청소년들을 상담하다 보면 많은 학생들이 학교 규율을 따르는 것에 대해서 많은 불편함을 호소하기도 한다. 학생들의 집단상담 시간에 규율과 규칙에 관한 주제를 가지고 이야기를 시작하면 이날은 ‘아이들이 부당하다고 생각하는 것이 이렇게 많나?’ 생각할 정도로 많은 이야기들이 쏟아져 나온다. 그런 의견들을 고려해 새로운 학교 규칙을 직접 만들어 보는데, 조건은 학생이 아닌 학교장이나 학생주임을 포함한 선생님의 입장에서 규칙들을 바꾸어 보도록 한다. 그리고 학생들이 만든 ‘우리들의 규칙’의 장점과 단점 그리고 문제점이 있으면 수정하고 다시 만들게 하는 작업을 반복하다보면 학생들의 규칙도 지금 학교의 규칙과 유사하게 만들게 되는 것을 본다. 그를 통해 학생들은 자신이 지키고 있는 규칙이 강압적인 면도 있지만, 강압적이라 할지라도 적절한 규칙이 없으면 안 된다는 결론을 내리곤 한다. 

 

▲ 출처:픽사베이

규칙을 지키지 않은 상황들에 대한 역할극이나, 자신 혹은 타인이 규칙을 지키지 않아서 불편했던 상황들을 통해 ‘누구를 위한 규칙일까?’의 주제로 이야기를 하다보면 규칙을 지키는 것이 누구를 위한 것인지, 규칙을 지킴으로 얻을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그리고 올바른 규칙이 아니라면 어떻게 행동하는 것인지 등에 대한 폭넓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게 된다. 

규범은 구속적인 면이 있지만 규범을 따름으로 사회생활이 순탄하게 이루어지는 측면도 있다. 생각해보면 결혼 전에는 친정 부모님과 함께 정한 가족의 규칙을 따르고, 결혼 후에는 친정과는 다른 시댁의 규칙을 따르고, 남편과 아이들과 함께 정한 우리 가족의 규칙을 따르는 것이 자연스럽게 생각되었고 규칙이 없는 것이 때론 불편하게 느껴진 적도 있었다.

가족 안에도 규칙, 규범이 존재하고 또래집단, 학교, 사회 등 모든 곳에서 규범은 존재한다. 가족규칙을 보면 가족의 발달단계 즉, 자녀들의 성장함에 따라 그 시기마다 다른 규칙을 적용하는 것이 자연스럽다. 귀가시간을 예로 들자면, 아빠의 귀가시간과 자녀들의 귀가시간을 다를 것이며, 초등학교 자녀의 귀가시간과 대학생 자녀의 귀가시간에는 차이가 있을 것이다. 그리고 초등학생 자녀가 성인이 된 다음의 귀가시간은 상황에 따라 다르게 정해질 수 있을 것이다. 또한 규칙으로 인해 가족들 간의 불편한 상황이 지속적으로 나타난다면 그 수정이 불가피한 것일 수 있다는 경직되지 않는 융통성을 가진 규칙이어야 할 것이다. 규칙의 수정은 가족이 납득할 수 있는 방향, 가족들이 지킬 수 있는 방향이어야 할 것이다.

 

▲ 출처:픽사베이

 

자꾸 내 자신을 틀 안에 가두는 느낌 때문에 규칙을 따르는 것이 불편할 수도 있다. 그렇지만 내 자신이 규칙을 지키지 않아서 나와 타인의 관계에 질서가 없고 그로 인해 우리라는 공동체가 흔들리는 상황인 된다면 누군가는 또 이러한 상황으로 인해 불편함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

규칙으로서의 규칙, 규범으로서의 규범이 아니라 사회에서 서로가 행복해지기 위한 것이 바로 규범이 가지고 있는 가치가 아닐까? 또한 규범으로 인해 공동체가 행복해지기 위해서는 그 규범이 경직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변화가 필요할 때 그 변화를 받아들일 수 있는 유연성을 가지고 있다면, 나와 너, 그리고 우리가 함께 살아가는데 있어 든든한 자원이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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