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도움을 줄 수 있으려면 신뢰관계, 내 능력에 대한 객관적 성찰이 우선되어야

“당신은 부탁을 잘하는 사람인가?”, “당신은 부탁을 잘 들어주는 사람인가?” 나의 경우 이런 질문에 금방 Yes 혹은 No라는 분명한 대답을 할 수 없다. 나는 사람은 부탁을 잘 안하지만, 거절을 잘 못해서 도움을 잘 주는 사람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모든 부탁을 거절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내 경우에는 도와달라는 요청을 받았을 때, ‘도움을 요청한 사람이 정말 해결할 수 없어서 내가 도와줘야만 하는 상황인가?’에 대해 먼저 생각한다. 두 번째로 생각하는 것은 ‘내가 도와줄 수 있는 일인가?’에 질문에 답을 스스로 답을 해본다. 이 두 가지의 질문은 누군가 나에게 도움을 요청했을 때 Yes 혹은 No를 결정할 수 있는 기준선이 된다.

 

상담실에 찾아오는 내담자들 중 많은 사람들도 이러한 문제를 가지고 고민을 한다. 부탁을 받으면 수락 여부를 결정하기까지 수많은 고민들이 존재한다고 말한다. ‘만약 부탁을 거절하면 관계가 끊어지겠지?’, ‘나를 어떻게 보고 이런 부탁을 할까?’ 등 다양한 걱정거리가 있다. 사실 부탁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그 문제가 해결되었으면 좋겠다는 기대를 가지고 부탁을 하게 된다. 그런데 ‘관계의 단절’ 또는 ‘무시하는 태도’등의 생각이 드는 것은 모두 부탁을 한 사람과 ‘신뢰 혹은 믿음’이 바탕이 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 아닐까?

▲ 출처:픽사베이

사람들은 그 문제가 해결될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을 가지고 부탁하게 된다. 물론 그 ‘믿음’이 맞지 않을 때도 있지만, 내담자의 생각처럼 부탁을 거절했다고 해서 반드시 ‘관계의 단절’이라는 결과를 낳게 되는 것은 아니다. 만약 내담자 자신의 마음이 지속적인 불안감이 동반된다면 부탁한 사람에 대한 충분한 신뢰관계가 형성되어 있는지를 돌아보아야 한다.

 

나의 경우에는 누군가 도움을 요청했을 때 일과 관련된 것인지 혹은 관계에 관련된 일인지에 따라 기준이 많이 다르다. 일과 관련한 것에 대해서는 ‘차갑다’는 이야기를 들을 정도로 정확하게 끊는 편인데, 관계와 관련된 일에 대해서는 ‘우유부단하다’는 이야기를 들을 정도로 끊지 못하는 면도 있다. 이러한 나 자신을 알기에 오히려 오랫동안 고민하고 결정하게 되었다.

돌아보니 누군가 내게 도움을 요청했을 때, 별 생각 없이 승낙을 하고, 내가 꼭 해야 할 일보다도 우선순위에 놓고 도움을 주었던 적도 있었다. 그런데 시간이 가면서 내 역량 밖에 있는 일들에 도움을 주기 위해서 노력하다 보니 잘 되지도 않고, 내가 해야 하는 일들도 하지 못하게 되는 상황이 되어, 결국 상호 간의 신뢰뿐 아니라 내 자신에 대해 차근차근 세워두었던 신뢰가 허물어져가는 상황을 경험하기도 했다.

이러한 경험들을 통해 얻은 교훈이라면 도움을 요청 받았을 때는 내 자신이 어느 정도의 역량을 가지고 있는지 객관적으로 판단하는 과정이 반드시 있어야만 서로를 위한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이다. 거절을 못해서 혹은 관계를 생각해서 무작정 도움을 주겠다고 하는 것은 내 자신을 믿고 부탁했던 타인에게 오히려 실망감과 관계 단절이라는 결과를 가지고 오기도 한다는 것을...

▲ 출처:픽사베이

또 하나 당부하고 싶은 것은 서로를 위한 도움이라면 ‘나에게 돌아올 어떤 이익’을 생각하지 말고 도우라는 것이다. 심리학에서는 이타행동(altruism)을 자신에게 아무런 이익이 돌아오지 않더라도 다른 사람들을 돕는 행동을 말한다. 이타행동의 한 부분인 도움행동이라는 정의를 보면 ‘자신에게 아무런 이익이 돌아오지 않더라도’ 라는 전제를 가지고 있다. 대가를 바라고 도움을 주는 행동이라면 그것은 ‘서로를 위한 도움’이 아님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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