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 더 나은 선택을 위한 조건들

출근길부터 이 칼럼을 쓰기 위해 책상에 앉아 있는 지금까지의 과정을 뒤돌아보니 매 순간 결정하고 실행하기를 반복한 끝에 바로 이 자리에 앉아 있음을 실감하게 된다. 그럼에도 일명 ‘결정장애’로 불리는 필자에게 ‘판단’이란 주제는 특히 어렵게 느껴져 한 자 써 내려가기도 쉽지 않다.

상담 현장에서 만난 내담자들을 비롯해 사람들도 보통 ‘판단’보다는 그나마 ‘선택’이라는 단어를 더 편안하게 생각하는 것 같다. 문학비평용어사전에 ‘판단은 옳고 그름, 좋고 나쁨 등을 헤아려 가리는 것’이라 나와 있다. 그래서인지 ‘판단’이라는 단어를 생각하면 왠지 실수 없이 완벽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에 불편하게 느껴진다고 한다. 사실상 판단 혹은 결정을 하는 데는 대부분 선택의 과정이 선행되어야 하므로, 좀 더 쉬운 접근을 위해 ‘선택’에 관한 이야기로 풀어가고자 한다.

 

▲ 출처:픽사베이

1. 자기 이해가 선행된 선택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혹은 ‘어떤 것이 최선인지 모르겠어요.’ 라는 말을 하며 상담실의 문을 열고 들어오는 내담자들은 대부분 우리가 얘기하고자 하는 ‘무엇을 선택해야 하는지’ 에 대한 고민을 안고 찾아온 내담자라 할 수 있다.

상담을 하는 과정에서 내담자가 자기 자신에 대해서 잘 알고 있는 경우 즉, 자기 이해가 선행된 경우 비교적 답을 순조롭게 찾아나게 된다. 예를 들어 자신이 좋아하는 것, 자신이 원하는 것, 자신에게 필요한 것 등을 잘 알고 있으면, 어떤 선택이 자기 자신을 위한 선택인지 더 빨리 알게 되고, 그 선택이 자신에게 어떤 결과를 가지고 올지도 예측할 수 있다. 나를 안다는 것은 선택에 있어 가장 중요한 자원이 된다.

또 자신이 결정을 내리는 과정의 특징을 파악하는 것 역시 도움이 된다. 급하게 선택하는 편인지 혹은 너무 오랜 시간을 필요로 해서 내게 주어진 기회를 놓치는 편인지, 등 대해 자신의 성향을 잘 파악하고 있다면 그도 결정에 참고사항이 된다.

2. 필요한 것 vs 원하는 것

선택을 하다보면 부딪히는 지점이 생기기 마련이다. 사람은 원하는 것을 선택하려고 하는 욕구 때문에 정말 필요한 일을 선택하지 못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예전에 어떤 중요한 선택을 해야 하는 일이 있었을 때 답답한 마음에 서점에 갔던 일이 있다. 그때 눈에 띄어 서점 한 귀퉁이에 서서 단숨에 읽어버렸던 책이 스펜서 존슨의 ‘선택’이라는 책이다. 이 책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질문은 ‘이것은 정말 필요한 것인가?’라는 질문이었다. 그 질문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서 내가 고민하는 것들을 노트에 정리하고, 정말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찾아내려가서 최종 선택을 했던 적이 있다. 선택을 함에 있어 ‘필요한 것’ 혹은 ‘원하는 것’을 구분해 생각하고 ‘필요한 것’을 우선적으로 선택하면 많은 장점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러나 ‘몸에 좋은 것은 입에 쓰다’라는 말이 있듯 선택에 있어서도 ‘필요한 것’을 선택하면 ‘원하는 것’을 포기해야 한다는 사실을 분명히 인식하고 수용하는 것이 가장 관건이 된다.

 

▲ 출처:픽사베이

3. 선택해야 할 대상에 대한 적절한 정보

선택을 하는데 있어서는 그 대상에 대한 적절한 정보를 많이 가지고 있어야 더 많은 대안을 찾을 수 있게 된다. 선택해야 할 대상에 관한 유용한 정보를 수집하고 옥석을 가려내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한다.

 4.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나를 위해 선택하라

상담실을 찾는 내담자들 중 위의 조건들을 대체로 갖추고 선택하였음에도 후회한다고 이야기하는 경우가 있다. 그런 경우는 대부분 필요 이상으로 마음이 조급해 서둘러 결정한 경우이다. 물론 선택하지 않은 길에 대한 미련이 남기에 후회하기 쉬운 것도 사실이나, 시간이 지나고 차분히 돌아보면 당시의 상황과 선택지들이 훨씬 잘 보인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된다. 시간적, 심정적 여유가 내가 하려는 선택에 있어서 중요한 자원으로 사용되기도 한다. 중요한 결정일수록 마인드 컨트롤이 필요하다.

또 많은 경우 선택 앞에서 가까운 타인들의 의견에 의존하거나, 보편성에 기반을 두었거나 검증된 길을 주로 선택하는 모습들을 볼 수 있다. 그것도 선택에 있어 중요하게 고려해야 할 조건이긴 하나, 진정으로 나 자신을 위했다고 인정할 수 있는 선택인지도 고려해 보아야 한다. 타인에게 해를 끼치지 않는 범위에서 나 자신에게 정직한 선택을 하는 것은 후회 없는 선택을 위해 가장 중요한 기준이다.

  선택은 누구에게 어렵다. 그렇지만 우리의 삶은 어차피 매 순간 선택의 연속이다. 완벽한 선택을 해야 한다는 압박감으로 에너지를 낭비하는 것보다는 매번 최선의 선택을 위한 노력을 하고, 그 선택을 실행하는 데 또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는 편이 그 결과가 완벽하지 않을지라도 과정에 만족할 수 있을 것이다.

글을 마치는 지금 또 점심에 무엇을 먹을지 고민이 몰려오는 걸 보면 인생의 매 순간은 선택의 연속이라는 사실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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