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 관련 조언에 정답은 없다. 보편성과 특수성을 모두 고려해야

 연애라는 관계는 다른 보통의 인간관계와는 다른 조건들이 붙는다. 일단 관계에 참여하는 사람이 둘이라는 것 그리고 그 두 사람이 서로 좋아하는 감정을 가지고 상대방을 대한다는 점이다. 서로 좋아하는 두 사람이 엮인 관계이기 때문에 연애는 보편성과 특수성을 한꺼번에 지니고 있다. 다른 누군가와 연애를 하면서 한 사람이 느끼는 감정과 하게 되는 여러 행동은 누군가를 좋아해 본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충분히 공감 가능한 내용이다. 하지만, 좋아하는 두 사람 사이에 일어난 은밀한 일 또한 연애이므로 당사자 두 사람을 제외한 주변사람들이 좀처럼 이해할 수 없는 상황과 감정이 일어나는 경우도 있다.

  이처럼 보편적이면서도 절대적 상대성을 가지고 있는 복잡 미묘한 무엇이 연애이다 보니 연애라는 것을 간단하게 딱 잘라서 정의하기는 매우 어렵다. 누군가가 나의 눈에 들면, 주변 사람들이 아무리 뜯어말려도 따라가게 되는 것이 연애이기도 하고, 익명으로 올린 어떤 사람의 연애 후기를 읽으면서 애처롭거나 또는 애틋했던 내 경험이 떠올라 눈시울이 붉어지는 것 또한 연애이기도 하다.

  따라서 연애에 대한 조언은 쉽지 않다. 연애를 다루는 여러 콘텐츠를 살펴보면, 구체적으로 어떻게 행동하라고 주문하는 실제적이라고 느껴지는 조언들은 대부분 누군가와 연애를 해보고 싶은 사람들을 위한 것으로, 연애의 초기 단계에 마음에 드는 사람을 잘 유혹하거나 상대방에게 매력적으로 보일 수 있는 방법들을 제시하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조언들은 대부분 유통기간이 짧은 시답잖은 내용인 경우가 많다.

 

▲ 출처:픽사베이

특히나 자신의 연애경험이 풍부하다는 식으로 그 권위와 정당성을 개인의 경험에 두고 있는 조언의 경우 대부분 무시해도 좋을 정도로 수준이 얕은 경우가 많다. 연애를 잘 안다고 스스로 이야기하는 사람이라면 연애가 당사자끼리만 통하는 절대적 상대성에 기반을 두고 있고 두 사람이 함께 보낸 시간이 쌓이면 쌓일수록 상대성의 비중이 점점 더 커진다는 것을 당연히 알고 있어야 한다. 그렇다면, 개인의 연애경험은 참고할 무언가는 될 수 있으나 많은 사람에게 받아들여지는 절대적인 가치를 가질 수 없다는 것을 연애를 해봤다면 충분히 이끌어 낼 수 있는 당연한 결론일 텐데, 이를 무시한 채 ‘나는 연애 경험이 많아’ 또는 ‘내가 해보니 이렇더라’라는 식의 이야기를 자랑스럽게 떠벌려대는 조언은 연애에 대한 통찰이 부족하거나 성찰의 내공이 얕은 사람이 주장했을 가능성이 높다. 이런 이야기들은 그냥 가볍게 듣고 가볍게 털어버리면 된다.

  사람들에게 크게 공감을 얻는 연애 콘텐츠는 솔직하게 그리고 자세하게 보여주는 구성을 택하는 경우가 많다. 연애에 등장하는 두 사람의 캐릭터가 어떤지 자세하게 들려주고 이들이 만나서 겪게 되는 여러 사건들 속에서 각자 어떻게 행동하고 어떻게 느끼는지 솔직하게 보여준다. 그 속에서 어떤 가치와 의미를 찾아낼 것인가는 관객 또는 독자의 몫이 되는 셈이다. 드라마, 웹툰, 소설, 영화 등 연애를 다루는 대중적인 콘텐츠들은 기본적으로 사람들에게 잘 들려주는 구성을 갖는다.

  연애를 다루는 콘텐츠의 마지막 유형은 보편성을 다룬다. 누군가를 좋아해 본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더 나아가 누군가와 호의를 가지고 관계를 맺어본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느끼거나 공감할 수 있는 감정이나 생각에 주목하고 이를 정리하여 보여준다. 딱 봐도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닐 것 같다는 느낌이 강하게 들지 않는가? ‘사람이라면 누구나’에 해당되는 인간의 보편성은 넓고 큰 개념이면서 상당히 철학스러운 느낌을 강하게 내뿜고 있는 단어이다. 따라서 주로 철학에서 연애의 보편성을 가진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데, 오랫동안 필독도서 리스트에 자리 잡고 있는 에리히 프롬의 ‘사랑의 기술’이라는 책이 연애의 보편성을 다루는 대표적인 사례이다.

 

▲ 출처:픽사베이

원래 쓰고자 했던 이야기는 지금처럼 연애에 대한 콘텐츠를 유형 별로 분류하여 살펴보는 것이 아니었다. 연애를 하고 이를 유지하는 과정에 대해 주제를 잡고 좋은 조언을 해주는 글을 쓰려 했는데, 이상하게 진도는 나가지 않고 머릿속에서 생각이 맴돌기만 했다. 그러면서 들었던 생각이 ‘내가 하는 생각이 과연 다른 사람의 공감을 얻을 수 있을까?’ 그리고 ‘연애 경험도 세지 않은 내가 던지는 조언이 과연 적절할까?’처럼 연애에 대해 조언씩이나 할 수 있을 만큼 내가 적절한 사람일 것인가라는 문제, 그리고 연애라고 하는 것이 캐릭터와 구체적인 상황에 대한 자세한 소개 없이 신문 귀퉁이의 오늘의 운수처럼 경험을 풀어두고 독자에게 공감을 요구할 수 있을만한 것인가라는 본질적 문제에 대한 의문이 들었다.

  결국, 연애에 대해 남들에게 자랑 할 만큼 경험이 많지도 않고, 그렇다고 인간이 가지고 있는 보편적인 성향에 대해 이야기를 할 만큼의 식견이나 지식도 없는 나로서는 잘 알고 있는 지인이나 학생들이 들려주는 자신의 이야기에 한 두 마디 정도 거드는 식의 술자리 상담은 가능해도 연애를 주제로 칼럼을 쓰기에는 역량이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나마 제안할 수 있는 방법은 연애는 보편적이면서 절대적 상대성을 가지고 있는 관계이니 무엇인가 문제가 생겼을 때, 다른 사람의 입에서 나오는 생각으로는 딱 떨어지는 답을 찾기가 상당히 힘든 것이 당연하니 답이 없음에 너무 답답해하지 말라는 것. 그리고 내 스스로 연애에 대한 경험이 쌓여 좋아하는 상대방을 대하는 나의 태도와 나와 함께하는 사람에 대해 올바로 판단하고 대할 수 있는 나름의 식견을 쌓는 것만이 문제에 대한 명확한 길을 찾을 수 있으니 문제 해결의 열쇠를 가지는 사람은 나 자신이라는 것 정도의 이야기를 할 수 있을 것 같다.

  따라서 나 스스로 중심을 잡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어쨌든 경험을 많이 쌓은 것이 중요하기에 개인적인 조언을 한다면 죽이 되던 밥이 되던 할 수 있는 한 연애는 많이 해보라고 이야기를 해주고 싶다. 그리고 젊었을 때 경험을 많이 쌓아 두는 것이 여러모로 쓸모가 많기 때문에, 젊을 때 기회가 닿는 대로 연애를 많이 해 볼 것을 권하고 싶다. 구체적인 방법이 궁금한가? 마주앉아 구체적으로 이야기를 나누지 못해 나 또한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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