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감정으로 시작되지만 인성으로 완성되고 유지된다

사랑의 시점에 있는 여학생이 수줍게 ‘심장이 쿵쾅쿵쾅 거린다’는 의미의 ‘심쿵’란 단어를 요즘 많이 사용한다며 자신이 하고 있는 사랑에 대해 이야기하기 시작한다. 사랑을 시작하는 친구의 눈에는 그야말로 만화영화에 나오는 하트가 날아다니는 장면이 생각나게 하는 이야기로 지속된다. 모든 게 너무나 아름답게만 보이는 ‘사랑의 시작’, ‘연애의 시작’이다.

1. ‘설렘’으로 채워진 사랑의 시작

‘나’ 아닌 ‘타인’을 만나 그 상대방을 알아가는 과정에서 ‘설렘’이라는 감정은 어쩌면 사랑의 필수요소일지도 모르겠다. ‘사랑’이라는 주제를 가지고 상담을 원하는 사람들, 어린 아이부터 노인까지 감정을 느끼는 모든 사람들은 설렘에 관한 다양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나와 다른 사람에 대한 설렘 혹은 끌림’이라는 감정이 나타나고 그에 대한 확신이 생기면 그 감정을 고백하고 난 후, 두 사람의 감정에 교집합이 형성될 때 비로소 사랑은 시작된다. 누군가에 대한 관심, 이유 없는 끌림, 설명할 수 없는 설렘 등 다르게 이야기하고 있지만 실제로 사랑에 빠진 사람들은 그것보다 더 복잡한 감정을 만나게 된다.

 

‘사랑’을 주제로 상담실의 문을 두드리는 사람들 중에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혹은 자신이 좋아하는 것은 어떤 것인지? 무엇을 했을 때 즐거운지? 어떤 사람을 만나면 편안하게 느끼는지? 등 자신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하는 사랑꾼들이 있다.

또 처음에는 상대방의 모든 면들이 다 좋아 보였으나 사랑의 지속기간이 길어지면서 상대방이 보내온 나와 다른 시간, 도저히 바꿀 수 없는 다른 점을 인정하지 못하고, ‘있는 그대로의 타인’을 받아들이지 못해 갈등을 겪는 사랑꾼들도 있다. 단지 ‘설렘’이라는 감정만으로는 ‘알아감’이라는 과정을 감당하기 어렵다.

 

2. 서로에 대한 ‘배려’로 관계의 유지

‘사랑’ 혹은 ‘연애’라는 것도 사실상 두 사람의 관계에서 시작된다. 나와 다른 사람에 대한 ‘설렘’ 혹은 ‘끌림’으로 시작된 사랑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사랑’이라는 감정에 대해서 솔직하게 표현하고 인정하며 서로에게 한발자국씩 나아갔다면 이제는 그 한발자국 나아간 거리를 조금씩 좁히기 위한 ‘알아감’의 과정을 지나게 된다.

서로에 대해서 알아가는 과정이란 그리 쉽지 않다. 건강한 사랑을 하는 사람들은 대인관계를 건강하게 유지하는 방법들을 알고 있다. 즉, 서로에 대한 존중과 배려, 서로 넘어서지 말고 유지해야 하는 거리를 잘 지킬 수 있는 사람이라 할 수 있다.

미국의 예일대학교 심리학과의 로버스 스텐버그(Robert Sternberg) 교수는 정열, 친밀감, 헌신이라는 세 요소로 이루어진 삼각형으로 사랑을 설명하고 있다. 열정이라는 것이 바로 사랑을 시작하는데 있어서 낭만적인 감정을 뿜어져 나오게 하는 원천이기 때문에 필요한 요소일 수 있다. 이 열정이 바로 서로에 대한 ‘끌림’ 혹은 ‘설렘’이라고 표현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 열정은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지만 오래가지 않는다는 한계가 있다. 자신의 사랑에 대한 책임감인 헌신과 상대방을 동료로서 느끼는 감정으로 상대방에 대한 신뢰 혹은 상대방을 행복하게 해 주고 싶은 마음이 핵심인 친밀감이라는 두 가지 요소가 관계의 유지를 위해서는 꼭 필요하다.

 

 

‘관계 유지’라는 주제로 상담실에 찾아오는 사람들은 ‘사랑의 유효기간이 있나요?’ 혹은 ‘더 이상 나를 사랑하지 않는 것 같아요’ 등의 말을 하는 초초하고 불안한 사랑꾼이다. 그러나 영원한 사랑이란 노력하지 않으면 없다. 시작된 사랑을 아름답게 유지하고 싶은 분들께 이야기하고 싶다. ‘사랑은 감정으로 시작하지만 인성으로 완성되고 유지될 수 있는 것’이다.

즉 사랑의 시작은 ‘끌림’ 혹은 ‘설렘’이라는 감정에 의해 시작되지만, 그를 위해 자신의 감정에 책임을 갖고 솔직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용기와 상대방을 배려하는 감정에의 충실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보다 우선인 것은 나에 대해 잘 알고 있어야 하며, 타인에 대해서 잘 알아가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 ‘알아감’의 과정이 바로 나와 다른 타인을 인정하고 배려하고 존중하는 ‘인성’에서 비롯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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