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력인가 전통인가

대학문화. 2015년 모 대학의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에서 있었던 일에 대해 학생회의 자성하는 목소리가 그 대학 SNS에 게시된 것이 기사화되면서 대학문화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된 계기가 되었다. 2016년 상반기에도 뉴스에 신입생 오리엔테이션 중에 일어난 일들이 거론되었는데, 당시 학교에 재직 중이었기에 2월~4월까지는 대학문화 또는 신입생 오리엔테이션과 관련된 뉴스에 민감했다.

 이 문제는 양상이 다양하며, 뉴스에서 사건화 된 일 이외에도 대학 상담실에 다양한 매체를 통해 지속적으로 들어오는 상담내용 중 하나이다. 본인이 상담을 신청하는 경우도 있지만 학교 선후배 혹은 학과의 문제이다 보니 부모나 손위 형제자매가 이 문제에 대해 심각성을 느끼고 상담을 신청하는 경우도 많다.

 학내군기를 포함한 ‘대학문화’와 관련된 상담사례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1. 예의를 가르친다는 것을 빙자한 폭력

학기 초 신입생들이 입학하며 재학생들에게 심심치 않게 듣는 말이 “요즘 애들은 왜 이래?”라는 말이다. 나 역시 대학시절 후배들을 보면서 이런 말을 한번쯤은 하지 않았을까? 재학생들은 ‘요즘 애들’이라고 불리는 신입생의 언행들을 꼼꼼히 지켜보다 그에 대해 공식적으로 이야기할 수 있는 자리가 바로 신입생 대면식 혹은 학과 전체 M.T라고 말한다.

 이 자리에 참석한 신입생들은 선배들이 지적하는 인사하는 태도, 언니 혹은 오빠라는 호칭 등에 대해 틀린 것보다는 참고할 것이 더 많았다고 말하기도 한다. 그러나 그런 선배들의 취지를 이해한다 해도 그 상황에서 인격적으로 무시하거나 비속어를 사용하는 선배들의 언행으로 인해 때론 모멸감과 수치심을 느끼고, ‘이것은 폭력이다.’라고 생각했다고 한다.

 

▲ 3월의 싱그러운 봄과 함께 시작될 신입생의 본격적인 대학생활은 실질적으로는 2월에 있는 학교 혹은 학과에서 진행되는 오리엔테이션 참석으로 시작된다. 낯선 학과의 분위기, 낯선 장소, 낯선 동기와 선배들과 관계를 만들어가는 것으로부터 대학생활이 시작된다.

2. 학과의 전통이다.

 3월의 싱그러운 봄과 함께 시작될 신입생의 본격적인 대학생활은 실질적으로는 2월에 있는 학교 혹은 학과에서 진행되는 오리엔테이션 참석으로 시작된다. 낯선 학과의 분위기, 낯선 장소, 낯선 동기와 선배들과 관계를 만들어가는 것으로부터 대학생활이 시작된다. 누구에게나 처음은 낯설고 두려운 것처럼 신입생들 역시 첫 대학생활은 긴장의 연속일 것이다. 신입생들이 적응하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을 때 재학생들은 학과의 전통이라는 것을 전해주기 위해 다양한 행사와 모임을 기획한다.

 대학의 행사 중 문제시 되었던 신입생 대면식 혹은 해오름식이라는 발대식 등의 기사의 내용을 살펴보면 유독 눈에 들어오는 단어가 있다. 바로 ‘전통’이라는 글자이다. 기사의 내용에 대학 관계자의 인터뷰 내용을 보면 ‘학과의 전통이고 동아리의 전통이었다.’라고 이야기한다. ‘전통’이란 어떤 집단이나 공동체에서, 지난 시대에 이미 이루어져 계통을 이루며 전하여 내려오는 사상ㆍ관습ㆍ행동 따위의 양식이다.

 그러나 과연 무엇이 전해져야 하는 것일까? 과연 학과의 전통이라고 이야기 되는 것들이 바르고 지속되어야 하는 전통인지에 대한 고민은 있었던 것일까? 아마도 그렇지 못했기에 문제가 발생하지 않았을까? 만약 지금의 상황에 맞지 않아서 바뀌거나 버려야 하는 전통이었다면 ‘요즘 애들’이라고 말하는 신입생에게는 더더욱 설득력이 없을 것이다.

 상담에서 만난 학생들 중에 학과 전통이라며 제시된 야한 게임 혹은 신입생 군기잡기, 여장남자 등을 수행해야 했다고 말한다. 이것을 수행한 학생들은 상대방에 대한 배려뿐만 아니라 인권까지 유린당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호소한다.

 

3. 개인의 시간도 중요한 거 아닌가요?

 누구에게나 개인의 시간은 중요하다. 대학에 재직하면서 신입생들과 상담을 하는 가운데 ‘시도 때도 없이 부르는 선배들’이라는 말을 많이 듣게 된다. 물론 신입생들은 정당한 명분이 있다면 개인의 시간을 포기할 수 있다고 말하지만, 선배들의 호출은 술자리에 참석하는 것 혹은 선배들끼리 이야기하는 중에 신입생의 언행이 거론된 경우 호출 대상자가 된다고 말한다.

 또한 선배들의 호출에는 상대에 대한 배려나 융통성이라곤 없어 보인다. 선약이 있어도, 언제 어디에 있든지를 불문하고 선배들의 호출에 불응할 수 없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지나치다는 생각이 든다. 학과의 일도 중요하지만 미리 계획된 일이 아니고 그 시간에 중요한 일을 처리하고 있다면 그 개인의 시간은 존중받아야 되는 시간이 아닐까?

 상담에서 만났던 어떤 신입생은 집까지 1시간 이상 걸리는데 선배들의 호출을 받고 따를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또한 온라인에서 역시 선배들의 메시지(문자, 카톡 등)에는 시간과 장소를 불문하고 답해야 하고, 심지어 메시지에 답한 순서를 나열하기에 ‘창살 없는 감옥’이라고 표현하는 학생들도 있다.

 신입생들의 억울함은 존중과 배려가 없는 선배들의 행동과 호출의 진짜 목적이 무엇이었는지 모르겠다는 두 가지의 측면이 포함되어 있는 듯하다. 선배들은 신입생이 말하는 ‘시도 때도 없는 선배의 호출’에 명분이 있었는지 그것을 통해 신입생들이 무엇인가 얻을 수 있었는지 생각해봐야 할 것이다.

 

▲ 3월의 싱그러운 봄과 함께 시작될 신입생의 본격적인 대학생활은 실질적으로는 2월에 있는 학교 혹은 학과에서 진행되는 오리엔테이션 참석으로 시작된다. 낯선 학과의 분위기, 낯선 장소, 낯선 동기와 선배들과 관계를 만들어가는 것으로부터 대학생활이 시작된다.

  신입생들은 이러한 문제들로 많은 불편함을 호소하고 있다. 최근에는 대학마다 총학생회를 중심으로 학내군기뿐 아니라 대학문화가 달라져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접하게 되는 뉴스나 기사에서 보는 것은 드러난 몇 가지의 예에 불과하다는 것 역시 사실이다. 실제로 학내에서 일어나는 일들은 선배와 후배와 관계, 혹은 학과에서 일어나는 일이다 보니 지속적으로 만나게 되는 관계에서 발생하기에 표현하지 못하고 묻히게 되는 일들이 더 많다고 볼 수 있다.

 누군가에게는 ‘희망’을 안고 온 대학이라는 곳에서의 생활이 누군가로 인해 힘들어하고 참을 것인지 혹은 떠날 것인지를 결정해야 되는 상황을 만들어, 누군가에게 새로운 시작에 대한 ‘희망’을 빼앗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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