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금까지 팀 프로젝트 과정에서 부딪치는 문제들의 구체적인 사례를 살펴보고, 현실적/철학적 관점에서 고찰해 보았다. 그 과정에서 감을 잡은 이도 있겠지만, 다른 모든 인생의 문제와 마찬가지로 팀 프로젝트의 문제에도 정답은 없다.

지금까지 팀 프로젝트 과정에서 부딪치는 문제들의 구체적인 사례를 살펴보고, 현실적/철학적 관점에서 고찰해 보았다. 그 과정에서 감을 잡은 이도 있겠지만, 다른 모든 인생의 문제와 마찬가지로 팀 프로젝트의 문제에도 정답은 없다. 나의 선택과 그 대가만이 있을 뿐이다. 팀 프로젝트를 수행하면서 팀원들과 관계도 원만히 유지하고, 과제도 충실히 완성하고, 그 결과 학점도 잘 받으면 물론 좋겠지만, 일이 언제나 욕심처럼 다 될 수는 없으니 문제인 것 아니겠는가. 문제에 부딪쳤을 때 가장 현실적인 조언이라면, 어차피 여러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없으니 일단 닥친 상황에서 선택할 수 있는 가치들을 분석하고, 내가 우선 추구하고자 하는 것부터 순위를 매기라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팀 프로젝트에서 우선순위를 매길 수 있는 선택지로는 ①팀원들과의 원만한 관계 ②좋은 학점 ③과제에 대한 충실한 배움 ④인간관계의 경험 ⑤내 몸 편함, 이렇게 다섯 개 정도가 있을 것이다. 이중에서 ③번과 ④번은 학생들이 잘 고려하지 않거나 미처 생각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수업을 단지 학점을 얻기 위한 도구로만 여기지 말고, 기왕 시간과 에너지를 들여야 하는데 배우는 내용 자체에 관심을 기울인다면 수업을 듣는 과정도 조금 편해지고, 좋은 학점도 자연스럽게 따라올 것이다. 물론 아무래도 관심이 가지 않는 주제로 과제를 해야 하는 경우에는 어쩔 수 없겠지만 말이다. 또 팀원들과 관계에 어려움이 있거나 대하기 어려운 사람이 끼어 있는 경우에도 괴롭다고만 생각하지 말고, 인간관계의 요령을 익히는 기회로 받아들이는 것도 좋은 선택일 수 있다. 팀 프로젝트는 과제의 내용만이 아니라 여럿이 함께 일하는 기술을 가르치기 위한 교육과정이기도 하다.

우선순위를 정하기가 쉬운 일이 아닐 수 있지만, 일단 정해두면 과제의 매 단계에서 결정을 내리기가 한결 수월해진다. 고민이 되면 우선순위를 기준으로 결정하면 된다. 나의 경험으로 예를 들어보면, 대학 시절 어느 수업에서 내가 무척 관심 있고 공부하고 싶었던 주제로 팀 프로젝트 과제가 주어진 일이 있었다. 따라서 난 ③번을 우선순위 1위로 놓긴 했는데, 팀을 짜는 과정에서부터 고민이 되었다. 당연한 얘기지만 학점에 욕심이 있고 과제를 열심히 할 작정인 친구들은 그렇지 않은 친구들과 한 팀이 되기를 매우 꺼린다. 과제의 완성도에 방해가 될 수 있고, 부담이 공평하게 가지 않을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흥미 있는 주제니만큼 나는 열심히 과제에 임할 작정이었지만, 원래 열심이고 욕심 많은 친구들과 팀을 짜자니 망설여졌다. 그런 친구들은 완벽한 결과물을 추구하기 때문에 다 같이 열심히 한대도 서로 신경이 날카로워지고 몰아세우는 경우가 많다는 걸 봐 왔기 때문이었다.

결국 나는 일부러 공부에 관심 없는 친구들을 골라서 팀을 짠 뒤 과제를 전적으로 내가 주도하였고, 열심히 공부한 끝에 최고는 아니지만 괜찮은 학점을 받았다. 내 덕에 편하게 괜찮은 학점을 받은 친구들은 나에게 고마워했고, 내 몸은 좀 힘들었지만 마음 편하게 많이 배울 수 있어서 나름 만족스러웠다. 물론 더 좋은 학점에 대한 아쉬움이나 나 혼자 과제를 너무 많이 한 것에 대한 억울함이 조금도 없는 것은 아니었으나, 처음부터 모든 가능성을 고려하고 내린 선택이었기에 후회는 없었다. 

▲ 지금까지 팀 프로젝트 과정에서 부딪치는 문제들의 구체적인 사례를 살펴보고, 현실적/철학적 관점에서 고찰해 보았다. 그 과정에서 감을 잡은 이도 있겠지만, 다른 모든 인생의 문제와 마찬가지로 팀 프로젝트의 문제에도 정답은 없다.

 

나의 우선순위는 ③과제에 대한 배움 > ①팀원들과의 관계 > ②학점 > ⑤내 몸 편함 > ④관계에 대한 배움 순서였던 셈이다.

 

이 순위가 항상 고정이었던 것은 아니고, 반대로 내가 흥미 없는 주제로 과제가 주어졌을 땐 그냥 편하게 적당히 학점 받는 걸 목적으로 했던 적도 있었다. 지금 돌아보며 조금 후회가 되는 점은 ④관계에 대한 배움을 중점에 두었던 적이 거의 없다는 사실이다. 나는 원래 관계의 갈등을 귀찮아서 피하는 성향이 있는데, 대학 동기들과의 사이에서야 과제를 좀 더 하는 정도니까 크게 손해 본 일이 없다고 보지만, 사회생활에선 싸우기 싫어 내가 손해 좀 보고 말지 하는 태도로 일관했다가는 정말로 호구가 되고, 결국 관계가 깨질 수도 있다는 교훈을 얻고 나서는 일찌감치 인간관계의 갈등을 풀어나가는 훈련을 하는 편이 좋았을 거란 생각도 하게 된다.

그러나 보다 중요한 것은 어쨌든 스스로 우선순위를 정하고, 그에 따라 선택하고 그 결과를 받아들이는 훈련을 의식적으로 하여 필요이상의 고민이나 후회, 자책을 줄이는 일이다. 세상에 공짜는 없으며 선택에는 모두 대가가 따르고, 성인은 스스로의 선택에 책임지며 살아가야 한다. 변하지 않고 피해갈 수 없는 이 사실을 기꺼이 받아들이느냐 그렇지 못하느냐가 결국 행복하고 성공적인 인생을 좌우한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빈둥거리면서 친구들을 이용해서 팀 프로젝트 학점을 잘 받는 데 몇 번 성공했다 해도, 그런 식의 태도는 언젠가 반드시 대가를 받게 되어 있다. 관계의 갈등을 피하려고 정당한 요구를 하지 못하고 스스로를 괴롭히는 습관 역시 마찬가지이다. 어른으로 살다 보면 팀 프로젝트 따위와 비교도 안 될 만큼 복잡하고 어려운 관계의 문제에 끝도 없이 부딪치게 된다. 그때를 위한 예행 연습이라 생각하며 정신을 바짝 차리고 자신만의 우선순위로 문제에 대처하는 훈련을 해보자. 나중엔 학점보다도 더 귀한 자산이 될 것이다. 그게 바로 ‘인성’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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