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갑철수입니까, 안철수입니까?"

23일 열린 '제3차 대선후보 TV토론회'에서 안철수 후보가 문재인 후보에게 던진 질문인데요,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는 이날 대선 토론회를 통해 최근 논란이 된 이른바 '네거티브 문건'을 두고 문재인 민주당 후보와 공방을 벌였습니다.

안 후보가 말한 네거티브 문건, 어떤 내용일까요? 지난 20일 국민의당 박지원 대표는 여의도 당사에서 가진 기자회견을 통해 문 후보 측의 내부 문건을 언급하며 "안철수 후보에 대한 온갖 네거티브 공작의 컨트롤타워를 찾아냈다"고 주장했습니다. 박 대표가 이날 문 후보의 선대위 측에서 생산된 네거티브 지시 문건이라고 제시한 문서의 제목은'주간 정세 및 대응 방안'이었는데요, 한 주간의 대선 정국을 요약 및 분석한 내용으로, 지난 17일 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 전략본부 전략기획팀에 의해 작성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문건에는 "안 후보의 불안ㆍ미흡ㆍ갑질(부패) 프레임 공세를 강화하고 당의 공식 메시지와 비공식 메시지를 양분해 나가도록 할 필요가 있다"라는 내용이 담겨 있으며 특히 비공식 메시지의 예시로"안철수 깨끗한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갑철수"라는 표현을 추천하고 있어 파문을 불러일으켰습니다.

심지어 박 대표는 "문재인 선대위는 댓글부대 문자 폭탄을 만들어내는 양념 공장이고 문재인은 양념 공장 사장임이 밝혀졌다"며 "이런 작태는 박근혜 십알단의 부활이며 호남과 영남을 분열시키는 적폐 중의 적폐"라고 강하게 비난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문 후보 측은 선대위 차원의 공식 문건이 아니라며 논란이 된 문건에 대해 확실한 선을 그었습니다. 우상호 공동선대위원장은 이날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어느 캠프나 상대 후보의 약점을 분석한다"며 "문건을 개인이 준비했을 수 있지만, 캠프 내부에서 관련 내용을 알고 있는 사람이 없는 만큼 캠프 차원의 문제는 아니라고 확신한다"고 해명했습니다.

논란이 되는 사안에 대해 후보자들이 공방을 주고받는 것이, 언뜻 큰 문제는 아닐 것 같습니다. 그러나 우리가 주목해야하는 이슈는, 네거티브 문건이 아니라 네거티브 외교와 안보라는 사실, 기억해야 합니다. 북한 핵 위기가 고조되고 한반도를 둘러싼 외교와 안보 지형은 복잡하기 이를 데 없습니다. 이런 가운데 유력 대선주자들의 TV 토론회에서 우리가 마주한 건, 심각한 외교ㆍ안보 위기를 헤쳐나갈 정책, 비전이 아니라 '주적', '갑철수' 등으로 대표되는 네거티브 공세뿐이었습니다.

심상정 정의당 후보와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는 '강간 모의' 논란에 대해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의 사퇴를 거듭 요구하기 바빴고, "미래 발전적인 토론이 돼야 한다"고 주장했던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는 '갑철수인지 안철수인지' 집요하게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를 공격했습니다.

코리아 패싱,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 정세에서 한국을 소외시킨 채 논의를 진행하는 현상을 말하는 이 말에 대한 우려가 현실이 되고 있습니다. 대선후보들의 토론이 끝난 이후 미국 트럼프 대통령은 아베 신조 일본 총리,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각각 전화통화를 하고 북핵대응 방안을 논의했습니다. 대선후보들이 네거티브 공방을 벌이는 동안 정작 미국과 중국, 일본의 정상들이 우리를 제외하고 한반도 정세에 대해 의견을 나눴습니다. 대선 후보들은 상대 후보에 대한 분석보다, 대한민국의 위기 분석이 더 필요할 것 같습니다. 이상 심층취재파일의 유창호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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