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선실세' 최순실 씨 측에 수백억 원대 뇌물을 건넨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삼성 관계자 5명이 법정에서 특검의 공소사실을 전면 부인했습니다. 공소장 자체의 효력과 혐의 전부를 인정하지 않겠다며 공판준비절차에서부터 다툴 뜻을 밝힌 겁니다. 지난 9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 심리로 열린 삼성 관계자 5명에 대한 첫 공판준비기일에서 이 부회장은 “공소사실에 대해 전원 모두 부인한다”고 밝혔습니다. 이 부회장뿐만 아니라 함께 기소된 나머지 삼성 임원들도 공소사실을 전원 부인한다는 의미입니다.

삼성 측 변호인은 이날 “특검이 ‘공소장 일본주의’를 어겼다”며 특검이 작성한 공소장을 문제 삼았습니다. 공소장 일본주의, 검사가 공소를 제기할 때 공소장 하나만을 법원에 제출해야 한다는 원칙으로 공소장 외에 법원에 예단이 생기게 할 수 있는 서류 등 기타 물건을 첨부하거나 인용해서는 안 된다는 내용입니다. 이는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례로 확립된 원칙입니다.

삼성 측 변호인은 대표적으로 “특검이 공소장에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과 이학수 전 삼성그룹 부회장의 삼성 에버랜드 전환사채 사건을 기재했다”면서 문제를 제기했습니다. 공소장에 기재한 이 같은 내용으로 일찍부터 피고인들 및 삼성그룹이 조직적, 불법적으로 이재용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 작업을 추진해온 것처럼 법원에 예단을 형성하려 했다는 주장인데요, 또 변호인은 "특검이 박근혜 대통령과 이 부회장의 독대 등 직접 인용 불가능한 대화를 사실처럼 재구성해 기재했다"면서 "이는 오로지 대통령과 이 부회장만 알고 있는 사실로 대통령 조사도 이뤄진 적 없고 이 부회장도 공소장 대화 내용을 인정하지 않았다"고 반박했습니다. 이어 삼성 측은 특검이 증거조사 절차 없이 수사과정에서 압수된 내부 서류, 문자메시지, 이메일 등을 일부만 잘라서 제시해 오해를 불러일으킬 소지가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습니다.

간단히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특검이 예단이 생기게 하는 부분을 삭제하고 공소사실을 명확히 정리해주지 않는다면 이 사건 공소제기 절차가 법률 규정을 위반해 무효라는 주장입니다. 이 뿐만이 아닙니다. 삼성 측 변호인은 특검팀으로 파견된 검사가 재판을 맡는 것에 대해서도 이의를 제기했습니다. "특검법에 '특검보는 특검의 지휘, 감독을 받아 공소 제기를 결정, 수사권과 공소유지권 등을 가질 수 있다'고 명시돼 있지만 파견 검사에 대한 권한 규정은 없으므로 공소유지권이 없다"는 주장입니다. 그러나 이에 대해 특검팀 박주성 검사는 "특검법 6조4항에 따라 특검은 직무수행에 필요할 경우 대검 등 다른 기관에 공무원을 파견, 지원해 달라고 요청할 수 있다"고 반박했습니다.

문제제기는 얼마든지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주변적 문제제기가 재판부에 수렴된다면, 다수의 국민들은 결과를 조금은 다르게 받아들일 겁니다. ‘공소 무효=삼성 무죄‘라고 인식될 겁니다. 그러나 이날 오고간 이야기들을 잘 기억해야 합니다. 죄를 짓지 않았다는 주장이 아니라, 절차적 문제에 집중하면서 본질을 흐리고 있습니다. 박 전 대통령의 탄핵으로, 국정농단의 중대사건이 마치 마무리된 듯하지만, 앞으로 길게는 7개월가량, 특검의 공소유지 과정에서 국민의 지속적인 관심과 질타가 필요한 이윱니다. 이상 심층취재파일의 유창호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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