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들어 부쩍 회자되는 신조어가 있습니다. 바로 ‘법꾸라지’라는 말인데요, ‘법률'과 '미꾸라지'가 합성된 말입니다. 법을 잘 알고 있는 법률가나 권력가들이, 그들의 법 지식을 이용해서 미꾸라지처럼 법에 의한 처벌을 교묘하게 피해 가는 모습이 익숙하게 목격되고 있습니다. 

‘법꾸라지’로 불렸던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은 문화계 블랙리스트 사건으로 얼마 전 구속됐습니다. 이런 김 전 실장을 지난해 국회 청문회에서 ‘존경 한다’고 말했던 또 한명의 법률가 출신 권력가가 있습니다.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입니다. 직권남용, 직무유기, 그리고 특별감찰관법 위반 등의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우병우 전 수석의 구속 여부가, 21일 결정됩니다. 

20일 서울중앙지법은 21일 오전 10시30분 오민석 영장전담 부장판사 심리로 우 전 수석의 영장실질심사를 연다고 밝혔는데요,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앞서 지난 19일 우 전 수석의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했습니다. 

특검팀에 따르면 우 전 수석은 직권남용과 직무유기, 특별감찰관법 위반 등의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특검팀은 우선 우 전 수석이 문화체육관광부와 공정거래위원회 등 공무원 인사에 불법적으로 개입해 ‘직권남용’을 한 혐의를 적용했습니다. 또 ‘직무유기’에 대해서는 우 전 수석이 민정비서관과 민정수석 재임 당시 최순실 씨의 ‘국정농단’ 비리를 방조한 혐의를 적용했습니다. 대통령 측근과 친인척을 감시해야 할 민정수석의 업무를 소홀히 했다는 것입니다. 

앞서 특검 수사에서 우 전 수석은, 차은택 전 창조경제추진단장이 박근혜 정부 비선실세인 최순실 씨를 등에 업고 온갖 비리와 전횡을 일삼고 다닌다는 보고를 받고도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또 특별감찬관법 위반 혐의도 남았습니다. 지난해 이석수 전 대통령 직속 특별감찰관이 우 전 수석의 아들에 대한 복무 상 특혜와 가족회사 ‘정강’과 관련 탈세 및 횡령을 했다는 의혹과 관련해 감찰에 착수하자, 우 전 수석은 문자 메시지를 통해 신변에 위협을 가하고 민정수석실 직원들을 동원해 감찰을 방해했습니다. 또 있습니다. 우 전 수석은 지난해 열린 국회 국정감사 등에 불출석해 국회 증언·감정법을 위반했다는 혐의도 받고 있습니다.

검사 출신의 우 전 수석은 특검 수사 대상자 가운데 김 전 실장과 더불어 가장 까다로운 인물로 평가됩니다. 서울대 법대 재학 중 사법시험에 최연소 합격했고 서울중앙지검 부장검사, 대검찰청 중앙수사부 중수1과장 및 수사기획관 등 요직을 역임한 우 전 수석입니다.  역시나 그는, 19시간이 넘는 특검 조사에서 ‘모르쇠’로 일관했습니다. ‘리틀 김기춘’, 그리고 또 한 명의 ‘법꾸라지’로 불리는 우 전 수석, 여전히 ‘최순실 씨를 모른다’는 그의 뻔뻔함이 얼마나 더 지속될지 지켜봐야겠습니다. 이상 심층취재파일의 유창호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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