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국회 선진화법'으로 불리는 국회법에 대한 ‘권한쟁의 심판’ 청구가 각하됐다. 헌법재판소가 내린 ‘각하’는 이번 청구에 대한 판단을 내리지 않았다는 의미다.

헌재는 26일 "청구인 국회의원들이 권한이 현실적으로 침해됐다고 인정할 만한 구체적인 사정을 주장하지 않고 있다"며 각하 결정의 이유를 설명했다. 지난 19대 국회에서 새누리당 의원 19명은 이른바 '국회선진화법'이 국회의원의 표결·심의권을 침해했다며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 심판'을 낸 바 있다.

‘권한쟁의 심판’ 청구 소송은 한 국가기관의 행위가 헌법 또는 법률상으로 청구인의 권한을 침해하는지에 대한 판단을 맡기는 요청이다. 이번 권한쟁의 심판의 가장 큰 쟁점은 '국회선진화법'이 정하고 있는 국회의장의 ‘직권상정’ 조항이었다.

청구의 대상이 된 ‘국회선진화법’은 국회가 지나친 폭력과 막말로 얼룩지는 상황을 원천적으로 방지하고자 만든 제도적 장치다. 쟁점법안에 대해 국회 재적의원 5분의 3 이상이 찬성해야지 통과할 수 있게하고 국회의장의 직권상정 요건을 강화한 것이 특징이다.

이는 18대 국회 마지막 본회의에서 통과되었고 19대 국회부터 적용되었다. 그런데 19대 국회 때 국회선진화법으로 인해 ‘식물국회’가 되었다는 비판이 제기되면서 이번 권한쟁의 심판 청구가 요청됐다.

구체적 사유를 살펴보면 5분의 3 이상이 찬성해야 법안을 처리할 수 있도록 했는데 헌법에는 ‘국회 재적의원 과반수 출석에 과반수 찬성으로 의결’로 규정되어 있기 때문에 헌법에 배치된다는 것이 당시 새누리당 의원들의 주장이었다.

이 때문에 재적 의원의 5분의 3 이상 찬성이 필요하다고 정해놓은 국회선진화법 조항이 국회의 과반수 의결 원칙을 정해둔 헌법 49조에 어긋나는지를 판단하는 것이 이번 심판의 쟁점이 되었던 것이다.

권한쟁의 심판은 헌법재판관 9명 중 5명 이상 찬성으로 가려진다. 결정은 '인용'과 '기각' '각하' 세 가지가 있다.

‘인용’ 결정은 새누리당 의원들이 제기한 권한 침해를 인정하는 것이고, ‘기각’ 결정은 국회선진화법에 근거한 국회의장의 거부권 행사가 국회의원의 권한을 침해하지 않는다는 판단이다. ‘각하’ 결정은 권한쟁의 심판이 청구 단계에서부터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고 보는 것으로 결국 침해 가능성도 없다는 결론이다.

법조계에서는 전례로 비추어 ‘기각’ 가능성이 가장 큰 것으로 보았으나 헌재의 결정은 ‘각하’였다.

이에 대해 새누리당은 “헌재의 결정을 존중한다”면서도 “20대 국회에서 선진화법을 개선하기 위한 종합적인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향후 대책을 강구할 것임을 밝혔다. 민경욱 대변인은 이날 국회 브리핑에서 “선진화법의 대안을 찾는 길도 여야의 문제가 아니라, 의회질서를 바로 세우고 국회 고유의 기능과 역할을 회복하는 데 있다”며 “야당의 생산적인 동참을 당부한다”고 말헀다.

반면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 정의당 등 야권은 입을 모아 헌재의 각하 결정에 대한 존중 의사를 밝히며 이와 함께 대화와 타협을 강조하기도 했다.

저작권자 © 한국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