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재를 부정하는 집단에 맞서 숭고한 존엄을 지켜내고자 공방을 벌이는 순교자의 몸부림, 그 ‘블랙홀’ 의 법정

▲ ‘환승(上)’, 저자-김종보
작가 김종보가 소설 '환승(上)'을 출간했다. 늦깎이로 문단에 나온 작가는 초기에 사회 정의론을 다룬 작품들을 펴내면서 두각을 나타냈고, 그 후 ‘칼럼’ 집필을 통해 입지를 굳히는 계기를 마련했다.

이번 작품은 궤도에 오른 그의 필력을 한껏 드러낸 작품이라 할 수 있다. 상, 하권으로 나눠진 ‘스케일(scale)’도 그렇지만, 매혹적인 ‘휴머니즘’ 서사 기법을 통한 시대적 ‘트렌드(trend)’의 동기 부여와 탄탄한 ‘플롯(plot)’이 이를 말해주고 있다.

작품 속에 드러나 있는 작가의 독보적인 통찰력은 이 시대 사랑의 이중성이 만연한 사회의 암울한 자화상을 투명하고도 적나라하게 펼쳐 놓는다. 이러한 예리하고도 독보적인 힘의 ‘카타르시스(katharsis)’는 이 시대의 ‘이슈’적 진단을 작가적 통찰력으로 표현해 그 주제를 진지하게 승화시키고 있다.

오늘을 살아가는 사람들이 원초적 사랑의 주인을 배반하면서, 숭고한 사랑의 도덕이 농락당하는 모독의 현장을 ‘스탕달(stendhal)’적인 돋보기로 전율이 흐르도록 진단해 ‘비전’을 제시한 점이 매우 독보적이고도 인상적이다.

이 시대 지배계층 집단들을 향해 부르짖는 목소리를 통해 사랑의 정의를 환기시켜 휘청거리는 간이역에서 서성이는 또 다른 사람들을 향해 호소하는 뛰어난 문장력과 줄거리가 독자들에게 흥미진진한 공감대를 불러일으킨다.

궁극적으로 이 작품은 혼돈의 시대에 무너져 내리는 가정과 사회에 독버섯처럼 번져 황폐화되어 가는 민족의 DNA적인 정체성을 회복시키고자 하는 바람을 암시하고 있다. 이 시대를 살아가는 한 사람 한 사람이 원초적 사랑의 정체를 온전히 간직하고 아우를 때, 진정 우리가 존재하는 그 의미에 대한 가치관도 함께 발견하는 계기가 되는 것이며, 아울러 그것이 오늘을 사는 우리의 해답일 수 있고, 내일의 존재를 지켜내는 정신의 제방이라는 것을 함께 제시해 주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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