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현지시간 2일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열린 아시아개발은행(ADB) 연차총회 참석 후 기자간담회를 가졌다. 유 부총리는 산업은행이 진행한 조선·해운업계 구조조정 실패가 정부책임이라는 지적에 대해 "정부가 추진한 구조조정에 문제가 있다는 판단이 든다면 대국민 사과까지도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유 부총리는 한은이 국책은행 자본 확충의 전제조건으로 ‘국민적 공감대’를 강조한 데 대해선 “국민적 공감대가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며 한은의 입장에 불편한 기색을 내비쳤다. 기업 구조조정의 재원 조달을 위한 이른바 '한국형 양적완화'를 놓고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의 셈법이 여전히 복잡함이 여실히 드러났다. 유 부총리는 기자간담회를 통해 구조조정에서 한은의 역할을 강하게 주문했다.

‘한국식 양적완화’란 한국은행의 산업은행 출자지분을 정한 한국은행법을 개정해 추가 출자를 하는 방식을 말한다. 중앙은행이 경기부양을 위해 국채 등을 매입해 시중 통화량을 늘리는 미국식 양적완화와는 다르다. 한국식 양적완화는 한국은행이 발권력을 동원해 산업은행 등 국책은행에 자금을 투입해 구조조정이 시급한 조선·해운업에 자금 수혈을 하는 것이 골자다. 

그러나 최근 양적완화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잇따랐다. 특히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은 양적완화의 필요성에 대해 회의적이다.  유 부총리는 이번 간담회를 통해 "산업은행법 개정이 필요하다면 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식 양적완화의 가능성이 높지 않은 상황에서 해운사들의 우선 난제는 용선료 협상이다. 용선료는 해운사가 선박을 소유하지 않고 임대할 때 선주에 내는 사용료를 말하는데, 국내 양대 해운사인 한진해운과 현대상선 위기의 주요인이 비싼 용선료 계약이다.

유 부총리는 "아직 해운사들이 용선료 협상을 진행 중이거나 예정인데 이를 지켜보고 다음 계획을 짤 예정"이라며 "구조조정은 하루 이틀 안에 될 문제가 아니라 시간을 두고 진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추가경정예산(추경)안 편성 가능성을 두고는 “구조조정으로만 하면 추경 여건이 되기 어렵다”며 부정적 입장을 밝혔다. 

유 부총리는 ADB 연차총회에서 공식적인 행사 외에 이주열 한은 총재를 따로 만날 계획이 없다고 밝혔고 이에 따라 한은과 기재부가 구조조정과 관련해 프랑크푸르트에서 타협을 도출할 가능성은 크지 않은 것으로 전망된다.

구조조정을 위한 재원 마련 방안은 4일 세종청사에서 첫 회의를 시작하는 ‘국책은행 자본확충 협의체’에서 구체적으로 논의될 전망이다. 회의에는 기재부, 금융위원회, 한국은행, 산업은행, 수출입은행 관계자가 참석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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